反이민명령 보름…트럼프 서명 한번에 쪼개진 미국·흔들린 세계

“테러방지·국가안보 우선” vs “‘이민의 나라’ 美이념 역행한 차별”
트럼프 행정부, 잇단 패배…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간 공

(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 만인 1월 27일(현지시간) 오후 4시42분 펜을 들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11일로 보름을 지내며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일어났고 미국은 반으로 쪼개져 격론을 벌인 끝에 법원으로 향해 이 명령을 폐기해 달라고 청했다.

이 행정명령은 이라크, 시리아,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 이슬람권 ‘테러위험’ 7개국 국민의 미국 비자발급과 입국을 90일간 금지하고 모든 난민 수용을 120일간 중단하도록 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후 벌인 언행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적은 많지만, 이 행정명령의 파급력은 남달랐다.

애초 행정명령은 테러를 비롯한 범죄로부터 미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시작됐다. 극단주의 테러리스트가 들어올 수 있는 ‘테러 위험국’을 지목해 이들 국가 국민의 입국을 일시 중단하고 향후 위험하지 않은 사람만 받을 수 있도록 심사절차를 강화할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발동 즉시 전 세계 공항은 혼란에 빠졌다. 행정명령의 목적과는 별개로 수많은 개인의 삶을 완전히 제약하고 멀쩡한 가족을 생이별시키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미국 집에 아이를 두고 잠시 고국을 찾았던 부모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해 애를 태웠고 생사를 가르는 수술을 앞둔 어린 아기가 미국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민자가 세운 나라인 미국의 건국이념에 어긋나는 명백한 인종·종교 차별이자 외국인 혐오이며 위헌인 ‘반미국적’ 조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사람들은 “그들을 들여보내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공항으로, 거리로 나섰고 전현직 관리들과 시민·인권단체, 실리콘밸리 IT 기업들까지 행정명령 반대 대열에 가세했다.

전임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우려를 표시했다. 정부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어나 외교관 1천명 이상이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이의통로’에 동참했고 샐리 예이츠 법무장관 대행은 정부를 변호하지 않겠다고 반기를 들었다.

트럼프 정부는 그러는 동안에도 가만히 손 놓고 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 트위터와 연설 등을 통해 이 행정명령의 정당성을 설파하며 행정명령을 파기하면 나라가 위험에 처한다는 논리를 역설했다.

반기를 든 예이츠 법무장관 대행을 바로 해임했고 자신의 사람들을 빨리 내각에 인준해주지 않는다며 야당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미국과 전 세계는 반으로 쪼개져 격론을 벌였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가 미국인 2천70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2월2∼4일) 결과에 따르면 ‘강력 지지’ 35%, ‘강력 반대’ 26%, ‘다소 지지’ 20%, ‘다소 반대’ 12%로 여론은 뚜렷하게 갈렸다.

불붙은 논쟁은 법정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

뉴욕 브루클린 연방지법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연방지법 등이 시민단체와 피해자 등의 요청을 받아들여 반이민 행정명령 이행 금지 긴급명령을 내렸고 매사추세츠 등 일부 주에서도 행정명령 효력이 한시적으로 중단됐다.

이어 시애틀 연방 지방법원은 지난 3일 이 행정명령의 효력을 미국 전역에서 잠정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워싱턴주가 지난달 30일 “대통령이라고 해도 법 위에 있을 수는 없다”며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되고 워싱턴 경제에 타격을 주는 반이민 행정명령의 집행을 정지해 달라고 청한 결과다.

연방 정부는 이에 불복해 항고했고 9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9 연방항소법원은 항고를 기각해 하급 법원의 결정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트위터에 “법정에서 만나자”(SEE YOU IN COURT)고 써서 대법원행을 예고했다.

이 행정명령의 대법원에 가더라도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 사망 이후 대법원의 이념 구도는 진보 4 대 보수 4로 나뉘어 있어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 존폐가 결정되기까지 미국은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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