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여전한 ‘아웃사이더’ 트럼프

일정의 상당 부분 ‘자유시간’…지인·비선 조력자 만나
순방 전무·주말에는 리조트행…CNN “트위터 매달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17일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발표한 지지율은 39%. 통상 임기 초엔 50%를 넘은 역대 정부에 비하면 이례적으로 낮은 수치다.

‘아웃사이더’로 불렸던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한 뒤에도 석 달 넘게 여전히 ‘비주류’ 행보를 보이며 논란의 중심에 있다.

“나는 많은 일정을 잡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각각의 날을 일하고, 어떻게 진전되는지 보는 것을 선호한다. 내 삶에 전형적인 한 주란 없다.”

트럼프는 1987년 자신의 책 <거래의 기술>에서 창의력을 갖는 데 도움이 됐다는 ‘느슨한 일정’을 이같이 언급했다. 이런 자유로운 업무 방식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이어져 백악관 집무실 일정의 상당 부분이 ‘사적인 시간’으로 잡혀 있다고 폴리티코가 22일 보도했다.

비서실장과 회의, 안보 브리핑 등의 일정은 고정돼 있지만 짧게는 30분, 길게는 3시간까지 비워놓는 자유시간에 지인이나 전직 참모 등 ‘비선’ 조력자를 만나고 전화통화를 하며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다.

수시로 만나는 이들 중에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과 오랜 친구인 부동산개발업자 리처드 르프랙, 폭스뉴스의 숀 해니티 등이 포함돼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소개했다.

대선 캠프의 첫 선대본부장이었던 코리 루언다우스키도 여전히 신망이 두터운 조력자이며 억만장자 칼 아이칸도 마찬가지다.

사라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의 자유시간을 “매력 있고 유연한 대통령으로 만드는 요소”라고 말했지만 우려도 적잖다.

예정되지 않은 행사에 갑자기 나타나거나 집무실 약속을 몇 시간 전에 통보해 잡기 때문이다. 연락창구도 관행대로 오랜 보디가드나 트럼프타워의 비서진을 통할 때가 종종 있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윤리 담당 변호사로 일한 리처드 페인터는 “그가 ‘개인적’이라고 말하는 것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대통령의 공식 업무인 것처럼 들린다”며 “누가 정부의 정책을 만드는지 대중들은 알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찾는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 역시 외부 조력자를 만나는 백악관 밖 집무실이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9번의 주말 가운데 7번을 마라라고에서, 2번은 버지니아주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보냈다.

마라라고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직접 초청해 정상회담도 했다.

특히 취임 후 여러 정상들과 만나면서도 자신은 한번도 해외 순방을 나가지 않은 것도 이례적인 100일 행보로 꼽힌다.

다음달에야 처음으로 유럽 순방이 잡혀 있다.

대부분 대통령들이 100일 즈음인 4월 초에는 인근 국가를 방문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이상 늦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2월에 캐나다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같은 시기 멕시코를 다녀왔다.

하루 6만달러(6800만원)에 달하는 추가 경호 비용도 문제지만 참모들이 외교안보 문제로 외국을 오갈 때도 트럼프는 워싱턴과 마라라고 리조트만 오가며 트위터를 하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집에 있기 좋아하는 사람’의 성격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업가 시절, 덜 피곤한 상태로 협상을 진행해야 거래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외국 일정을 싫어한다는 분석도 있다.

매달 한 번씩 찾는 호텔도 논란거리다.

백악관에서 1.6㎞ 지척에 위치한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은 트럼프가 연방정부가 임대한 건물을 호텔로 개조해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선출직 공무원은 임대차 이익을 취할 수 없어 방문 자체가 이해충돌 소지가 있으나 지난 2월 큰딸 이방카와 맏사위 쿠슈너 등과 식사한 이후 매달 한 번씩 3번째 이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트럼프는 취임 100일인 29일 펜실베이니아로 건너가 지지층 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같은 날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이 열리지만 그동안 주류 언론이 불공정한 보도를 하고 있다며 갈등을 빚어온 그는 오래전 이 행사에 불참을 통보한 상태다.

<경향신문 김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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