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 스캔들 수사에 “특검이 나라 망친다”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 결정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격앙된 반응을 거듭 표출했다. 백악관의 덤덤한 반응과 달리 수사 결과에 따라 탄핵 절차 착수가 이뤄질 수도 있는 만큼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상황에 상당히 분노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방송사 앵커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특검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이 구실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오후 후안 마뉴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특검에 관한 전반적인 과정은 마녀사냥”이라며 “(러시아 측과) 결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트위터에 ‘미 역사상 정치인에 대해 행해진 최대 마녀사냥’이라며 특검 소식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데 이어, 재차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이다. 이에 WP는 “ ‘수사를 통해 러시아와 결탁이 없었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침착하게 대응했던 전날 백악관의 입장과 18일 트럼프의 반응은 상당히 차이가 났다”고 보도했다.

적극적인 해명에도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 측과 러시아를 연결 짓는 커넥션을 둘러싼 논란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이날 오후 의회에서 상원 의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을 권고하는 법무부의 문건이 작성되기 전 이미 코미 해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로즌스타인 부장관의 건의에 따라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국장을 경질하게 됐다는 백악관의 설명을 정면으로 뒤집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해임 결정은 혼자 내린 것”이라고 백악관의 입장을 번복했다가,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다시 “로젠스타인의 강한 권유에 의해 코미 국장을 해임하게 됐다”고 말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경질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계속 연락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플린 전 보좌관은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FBI의 수사를 받고 있어 이 같은 연락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야후뉴스에 따르면 플린 전 보좌관은 지난달 말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힘내라’(stay strong)는 연락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야후뉴스는 “백악관에서 여러 차례 플린과 연락하지 말라고 경고했음에도 트럼프가 이를 어기고 플린에게 연락을 취했다”며 “플린이 증언할 내용이 두려워 연락해온 것이라면 사태는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플린 전 보좌관 측이 의회와 FBI 측에 증언을 대가로 기소 면제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트럼프가 플린의 입을 막기 위해 경질한 후에도 플린을 관리해왔을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한편 특검과 별도로 러시아 스캔들 조사를 진행 중인 미 의회가 트럼프 측과 러시아 간 돈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관련 조사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CNN은 “상ㆍ하원이 모두 재무부의 국제금융망 감시정보 접근권을 얻게 됨에 따라 의심스러운 돈 거래가 있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 채지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8일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스캔들 특검에 대해 ‘마녀사냥’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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