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5월17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아주 망가뜨린 날이었을 것이다. 5월9일 그가 러시아의 미국대선 개입사건과 아울러 트럼프 선거진영인사들의 러시아와의 조율여부를 수사 중이던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해임시킨 이래 민주당은 물론 주류언론 여론이 제기한 독립적 특별검사의 임명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코미의 해임을 건의했다고 트럼프가 원용했던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차관이 트럼프와 공화당의 뜻을 완전히 무시하고 특별검사의 임명을 발표 1시간 전에야 백악관에 알렸다는 사실이 몹시 못마땅했을 듯하다.

충격적 보도들이 연이어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었다. 코미의 친구와 동료들이 코미 해임 배경을 언론에 흘려 만약 사실이라면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할 내용들이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코미를 저녁식사에 초대한 트럼프가 국장 자리를 지키려면 자신에게 충성을 나타낼 것을 요구했다는 주장은 봉건영주의 가신에 대한 충성서약 요구를 상기시킨다.

그리고 코미가 트럼프와 만났을 때 마다 두 사람 사이의 대화를 자세히 메모해 두었다는 보도도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을 상당히 당혹시켰을 수 있다.

트럼프 쪽에 제일 염려되는 내용으로는 2월13일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전보좌관이 해임된 다음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펜스 부통령, 세션스 법무장관과 코미의 회동이 있었고, 트럼프가 펜스와 세션스를 물리치고는 코미에게 플린이 좋은 사람이니까 그에 대한 조사를 중단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는 내용일 것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사법절차에 대한 방해로 간주될 수 있다. 사법절차의 방해죄는 민사나 형사 소송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불법적인 행위나 불복종을 포함하는바 범죄 수사를 방해하는 것도 중범죄중 하나다. 만약 특별검사가 그 같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트럼프가 현직 대통령이라 법정에 세울 수는 없고 의회에 탄핵소추를 권고할 수 있다.

트럼프는 지난 18일 트위터에서 “이것(특별검사의 임명)이야 말로 미국역사상 정치인에 대한 가장 큰 마녀사냥이다! 클린턴 선거진영과 오바마 행정부에서 발생했던 그 모든 불법행위들에도 불구하고 특별검사가 한명도 임명된 적이 없었다!”라고 일갈했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누구인가. 트럼프가 병역을 피하려고 입영연기를 계속해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는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자 입대해서 베트남전에 파견되었다가 제대하고는 버지니아 대학 법대를 마치고 연방검사 생활을 시작해서 높은 평판을 유지해 왔던 사람이다.

북부 캘리포니아 연방검사장 인준 때 그리고 2001년 아들 부시에 의해 FBI 국장에 임명되었을 때 그가 상원의 인준을 만장일치로 받았었다는 이력이 돋보인다. 그리고 9.11 이후 FBI에 대한 사회의 불신을 극복하고 FBI의 신망을 높인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제1임기 중 10년 임기를 마치고도 대통령의 요청으로 2년 더 국장직에 있었을 정도로 민주, 공화 양당의 초당적 지지를 받는 사람이다.

따라서 만약 뮬러가 법무부의 간섭 없이 독자적인 수사결과 트럼프 진영의 주장대로 러시아와의 커넥션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면 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보면 된다.

반대로 뮬러와 그가 고른 검사들과 수사관들의 도움으로 트럼프-러시아의 비밀 관계를 입증하는 증거를 발견하고 트럼프의 백악관 요인들을 기소하게 되고 트럼프에 대한 탄핵소추를 건의한다 해도 공화당에서 별로 불평하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뮬러의 그 같은 독립성을 트럼프와 그의 진영이 못마땅해 한다면 왜 그럴까? 백악관의 여러 사람들이 이미 변호사들과 상의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의미심장하다.

플린이 1월4일 자신이 수사 대상임을 백악관의 법률수석이 될 사람에게 알렸다는 소식, 플린의 충성심 때문에 이방카나 그의 남편이 플린에게 국가안보 보좌관 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소식 그리고 플린이 시리아의 내전에 있어서 쿠르드 족 전사들을 무장시켜 ISIS와 싸우게 하겠다는 오바마 정부의 마지막 시도를 반대한 이면에는 쿠르드족을 적으로 보는 터키 정부의 로비스트로부터 50만 달러를 받았다는 사실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소식 등 백악관의 누수현상은 트럼프가 매스 미디어를 더욱 더 원수로 보게 만든다.

글/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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