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 폐지 법안 어떤 내용 담겼나?

빈곤층 의료지원금 ‘사실상’ 무효화
건강보험 가입 의무조항·메디케이드 기금 폐지
연방정부 주도 건강보험체제 주정부 주도로 전환

백악관과 공화당 지도부가 정치적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은 각 주정부가 오바마케어의 의무 규정을 이행하는데 따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재량권을 대폭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법안을 상정한 린지 그레이엄(사우스 캐롤라이나) 의원과 빌 캐시디(루이지애나) 의원의 이름을 따 그레이엄-캐시디 법안으로도 불리는 법안은 ▲오바마케어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 조항과 각종 보조금 등을 일괄 폐지하고 ▲저소득층 아동과 노인 및 장애인 의료 서비스를 위해 각 주정부에 지원하는 메디케이드 기금도 완전 폐지하는 등 저소득층과 빈곤층을 위한 연방정부의 의료 지원을 ‘사실상’ 무효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은 우선 연방정부 주도의 건강보험체제를 주정부 주도로 돌리는 것이 핵심이다. 2020년부터 오바마케어 배정 연방지원금을 각 주정부에 ‘블럭 그랜트’ 형식을 통해 목돈으로 배분해 각 주의 건강보험 정책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오바마케어 건강보험 거래소 가입자에 따라 연방정부 지원금이 책정됐지만 법안은 이미 정해진 지원금을 주정부에 배분해 주정부가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법안은 주정부 지원금을 2026년까지 2,150억달러, 20년에 걸쳐 4조달러를 삭감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주정부 지원금은 오바마케어에 포함됐던 메디케이드 확대 시행 여부에 따라 차등적으로 배분된다. 메디케이드 확대를 시행하는 워싱턴DC와 34개 주의 지원금이 깎이는 반면 역설적으로 16개 주는 오히려 지원금이 늘어나는 것.

이에 따라 건강 보험사에 대한 규제도 주마다 달라져 지병 환자와 노인들의 보험료 급등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무가입 규정이 사실상 효력을 상실할 경우 상대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대거 보험 가입을 철회하고 아픈 사람들만 보험을 유지할 경우 보험회사들로서는 보험료를 큰 폭으로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21일 전미노인협회(AARP) 발표에 따르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노인들은 현재보다 연간 최대 1만6,174달러의 보험금을 추가로 내야한다. 또 뉴욕타임스는 법안이 통과되면 2,300만 명이 무보험자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법안이 상원 전체회의에서 통과되기 위해서는 찬성 51표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화당의 랜드 폴 상원의원은 이번 법안도 완전한 오바마케어 폐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며 이미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오바마케어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표결 당시 반대표를 던졌던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리사 머코스키(공화•알래스카), 수전 콜린스(공화•메인) 상원의원 중에서 단 한표라도 반대표가 나오면 이번에도 부결된다는 의미다. 공화당은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을 예산조정 절차의 하나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올해 회계연도가 끝나는 이번달 30일까지 통과시켜야 한다. 오는 10월1일부터는 예산조정 절차가 아닌 일반 법안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 경우 상원 전체회의를 통과하는데 60표가 필요하다.

<한국일보 서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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