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복수국적자 구제, 이렇게 대처해야

한인 2세의 족쇄인 한국의 부당한 국적법에 대한 미주 전역의 청원운동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한인회 중심으로 청와대, 국회 및 헌법재판소에 탄원서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계획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하면 좋을까?

이 안건에 대해 나는 2013년 9월 처음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으나 기각되었다. 2014년 10월에는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에 관한 한국 국회의 정책토론회에 발제자로 초대되어 선천적 복수국적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해 주었으나, 지금껏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또한 그동안 LA, NY, 그리고 워싱턴 DC 지역을 방문했던 한국 국회의원들도 마치 자신이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의 해결사인양 기자회견을 하였으나, 한국으로 돌아가서는 감감 무소식이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이번 청원 캠페인은 선천적 복수국적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들에게 유예기간을 정해 국적 이탈의 기회를 주는 구제 방안을 마련해 주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미 피해자가 되었거나 앞으로 피해자가 될 한인 2세에게는 충분한 해결책이 못된다.

왜냐하면 국적 이탈을 하기 위해서는 출생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기록상 이중국적이었던 점이 더욱 여실히 드러나게 되고 말기 때문이다. 한 예로 미 해군 장교인 한인 2세가 한국 영사관의 자문대로 한국에 출생 신고를 했다가 특급 비밀 보직에서 쫓겨난 사례가 있다.

이러한 한국 국적법의 모순으로 인해 국적 이탈을 하든, 하지 않든지 한인 2세들의 공직이나 군 진출 및 사관학교 진학 등에 불이익이 초래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2005년 소위 ‘홍준표 법’ 이후, 만 18세되는 해 3월까지 국적 이탈을 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한인 2세의 숫자는 매우 많다. 과거 부계혈통주의 하에서는 1983년5월 25일 이후 출생한 남성의 경우 국적이탈 시기를 이미 놓쳤기 때문에 병역기피자로 몰려 만 37세까지는 국적이탈이 불가능하다.

나아가 1998년 개정법에 의해 부모 양계혈통주의의 영향을 받는 1998년 6월 14일생부터는 태어날 때 부모 중 한 사람만 한국 국적이면 복수국적을 가지게 되어 피해자의 범위가 더욱 확대되었다. 더욱이 2세가 결혼을 하여 자녀를 낳을 경우 그 3세까지도 한국 국적을 취득하여 결국 복수국적이 대물림 되고 만다.

한편, 국적이탈을 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5월부터는 한국진출마저 ‘빨간불’이 켜지게 되었다. 새 법안에 의하면, 원정출산이나 병역기피와 무관한 선천적 복수국적 한인 2세들까지도 병역을 이행하지 않는 한 40세까지 재외동포 비자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는 해외 인재 등용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행정편리와 이민법의 무지로 인해 원정출산자와 선천적 복수국적자를 구별하지 않음으로써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우를 범하고 만 것이다.

이처럼 세계화에 역행하고 있는 국회에 더 이상의 기대를 거는 것은 무리다. 더욱이 현재 한국은 개헌논의와 6월에 있을 선거로 인해 선천적 복수국적은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바로 내가 2016년 10월에 제기한 제 5차 헌법소원(2016 헌마 889)의 신속하고도 긍정적인 판결을 촉구하는 것이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선천적 복수국적법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리면 국회는 법을 개정해야 하므로 굳이 국회에 개정 청원을 하지 않아도 된다. 국회에서 법을 개정할 때, 국적이탈의무가 따로 없었던 ‘홍준표 법’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국적법으로 개정하면 된다.

20년 동안 ‘제 2의 김창준 의원’을 기다린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제 2의 김창준 의원’ 탄생을 막고 있는 한국 사회의 이중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우리의 뜻을 모아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여야 한다.

글/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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