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DACA, 그리고 아부

이승만 대통령이 한강에서 낚시하다가 방귀를 뀌자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동석했던 어떤 장관이 알랑방귀를 뀌었다는 가십뉴스가 동아일보에 실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때가 있었다.

최고 권력자에 대한 아첨이라고 그 장관은 비웃음의 대상이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 일화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측근의 비굴한 아첨에 비하면 80대 노인에 대한 사려 깊은 재담 정도로 느껴진다.

임기 1주년도 되기 전에 2,000번이나 거짓말을 했다는 트럼프이고 보면 그 밑에서 일신영달을 꾀하는 무리들이 아첨 정도가 아니라 주군을 닮아 거짓말에도 능수능란할 것은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100만권이나 팔렸다는 마이클 월프의 책 ‘화염과 분노’에서 트럼프가 거의 멍텅구리 정도로 묘사된 인상을 극복하려고 그가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과의 백악관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전례 없이 50분간 방영하게 한 것은 정말로 희한한 일이다.

그 회의에서 트럼프는 어렸을 때 부모를 따라온 불체 젊은이들에 대한 추방유예 및 구제책(DACA)에 동의할 것을 여러 차례 시사했었다. “사랑의 법”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그 법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면 즉각 서명하겠다고도 했다. 그의 언질에 고무된 린지 그레이엄(공화) 의원과 딕 더빈(민주) 상원의원이 DACA 법안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틀 후인 1월11일 백악관으로 향했을 때만 해도 DACA 통과에 대한 낙관론이 우세했었다.

그러나 가보니까 트럼프는 전혀 딴 사람이 되었다는 게 그레이엄의 주장이다. 불과 이틀사이에 반이민 정서의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를 설득시켜 멕시코 국경에 담을 쌓고 가족 친척 이민의 연쇄 이민제도의 개정 등을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DACA 입법을 반대한다는 쪽으로 돌아서게 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트럼프는 ‘똥통(Shit hole)’ 같은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 보다는 노르웨이 같은 나라의 사람들이 미국에 와야 될 것이라는 표현을 했기 때문에 그레이엄이 항의성 발언을 했었음이 널리 보도 되었다.

처음에는 백악관 대변인조차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가 며칠 후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전혀 딴소리를 하자 트럼프 주변 사람들의 거짓편승의 아첨판이 벌어진다.

11일 그 자리에 동석했던 데이빗 퍼두(조지아)와 톰 캇튼(아칸소) 두 상원의원들은 트럼프가 “똥통”이라는 말을 한 것으로 기억되지 않는다고 했다.

퍼두와 캇튼이 보수계임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더군다나 캇튼은 틸러슨 국무장관이 해임되면 폼 페이오 CIA 국장이 그 후임으로 자리를 옮기게 될 때 CIA 국장 물망에 오르는 사람이라 트럼프에게 잘 보이려고 “기억상실”을 지어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그보다 더 압권은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일 것이다. 1월16일 상원법사위 공청회 석상에서 증언한 닐슨 장관은 민주당 상원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트럼프가 “똥통”이라는 말을 아프리카에 관련해서 쓴 일이 없었다고 잡아뗐다.

월프의 책에서 트럼프의 정신상태가 노망기 아니면 기억상실증일 수도 있다는 구절들이 있기 때문인지 트럼프의 건강상태를 검진한 백악관 의사 로니 잭슨 해군준장의 백악관 기자회견도 요상하기 짝이 없다. 트럼프의 건강상태를 그냥 양호하다고만 하지 않고 우수하다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CNN의 의료담당 산제이 굽다가 “그는 콜레스테롤 약을 쓰고 있고, 심장병이 있다는 증거가 있으며, 비만증세에 가까운데도 우수한 건강이라고 할 수 있냐”고 질문하자 잭슨은 트럼프의 심장은 우수한 범주에 속한다고 고집한다.

그리고 트럼프의 에너지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정신상태도 정상 정도가 아니라 대단히 똑똑하고 명석하다고 잭슨은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자신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트럼프는 정치적 천재, 워싱턴이나 링컨보다도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아첨성 발언이 난무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트럼프 현상이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 끼치고 있는 폐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트럼프 통치의 비정상이 언제 어떻게 끝날 런지….

글/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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