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와우!” 반이민 승리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반이민 정책은 “와우!” 승리를 거두었고, 공화당 지도부의 이민 절충 노력은 초라한 완패를 당했다. 그리고 드리머들의 운명은 더욱 거세진 바람 앞의 등불이 되었다.

어제 오후 연방하원 본회의 표결에 회부된 공화당의 이민법안은 압도적으로 부결되었다. 몇 주 동안 공화당 지도부가 당내 중도파와 강경파의 대립을 중재하며 꾸준히 추진해온 이 타협안은 지난주 부결된 극우 강경안보다 더 반대가 큰 121표 대 301표로 무너져 버렸다.

예상된 부결이었다. 하루는 지지했다 하루는 반대하는 대통령의 죽 끓는 듯한 변덕에 휘둘리며 비틀댔던 이 타협안은 트럼프의 지난 주말 반대 트윗에 의해 사실상 “격침당한” 상태였다.

정치권과 여론의 양극화를 더욱 가열시킨 이른바 ‘이민 위기’를 제조한 것은 트럼프 자신이었다. 취임 일주일 만에 무슬림 입국금지 행정명령으로 공항의 이민 위기를 야기시켰고, 9월 서류미비 청소년 추방유예 프로그램 다카 폐지로 드리머들을 추방 위기로 몰아넣었으며, 지난달 ‘무관용’ 정책 시행으로 아이들의 울부짖음에 뒤덮인 국경의 이민 위기로 초래했다.

중간선거를 트럼프의 무자비한 이민정책 심판대로 삼으려는 민주당의 전략에 맞서 공화당 의회도 해결책에 부심했다. 다카 폐지를 선언한 트럼프가 드리머 구제를 의회로 떠넘긴 후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던 이민개혁이 정치권의 양극화와 트럼프의 변덕으로 거의 무산된 후에도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민 유권자가 많은 접전 지역에 하원의 주도권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어제 좌절된 타협안은 180만명 드리머들의 시민권 취득 허용과 함께 250억 달러의 국경장벽 건설 기금, 합법이민 축소 등 트럼프가 요구했던 내용을 거의 갖춘 법안이었다. 트럼프의 축복 속에 순항할 것으로 믿었던 기대는, 그러나 2주 전부터 급속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매번 달라지는 입장 표명 때문이었다. 공화 지도부는 중도와 보수의 이견을 조정해 절충을 시도했지만 드리머의 신분합법화 조항 때문에 보수 표밭에서 ‘사면 찬성’으로 몰릴까 겁내는 극우파 의원들은 지지를 거부했다.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확실한 인증은 트럼프의 ‘적극 지지’였다.

폭스TV와 인터뷰에서 타협안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트럼프는 지난주 의사당을 방문, 하원이 통과시키는 안을 “1000%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가, 며칠 후인 22일 이민법안 추진은 ‘시간 낭비’라며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가, 다시 27일 표결 몇 시간 전 모조리 대문자로 된 요란한 트윗을 통해 “하원 공화당은 강력하고 공정한 이민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당 의원들을 당혹케 하는 트럼프의 변덕은, 그가 진짜 원하는 것은 “이민 개혁 입법화가 아닌 이민 위기”라는 의혹을 낳게 했고 최근의 행보는 이를 입증하는 듯 보였다. 지난주 전 세계의 거센 비판에 굴복, 국경의 가족격리 정책 중단을 발표했던 그는 마치 만회라도 하듯 극단적 주장으로 반이민의 민낯을 드러냈다. “이들이 우리나라를 침입하는 걸 허용할 수 없다. 판사나 법원 없이 온 곳으로 되돌려 보내야한다” – 적법한 절차도, 망명신청권도 박탈한 채 쫓아내야한다는, 자신의 표밭을 뜨겁게 불붙이는 자극적 주장이었다.

본격적 반이민 캠페인에 나선 트럼프에게 26일 결정적 승전보가 날아들었다. 연방대법원이 이슬람 5개국 국민들의 미 입국을 제한한 트럼프의 여행금지령에 합헌판결을 내린 것이다. 지난 1년 넘게 법정투쟁을 계속해온 무슬림 금지령을 ‘종교적 차별’ 아닌 ‘국가안보에 대한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으로 인정해준 보수 대법원의 판결은, 거센 비판에 몰리고 있는 트럼프에겐 타이밍도 더할 나위 없이 최고인 희소식이었다. 트럼프의 첫 반응도 “와우!” 감탄사였다.

‘이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트럼프의 선동 파워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판결이 나온 몇 시간 후 트럼프는 상원의원들과 회동에서 현 이민제도를 비판하며 자신이 원하는 이민정책을 “아주 간단한” 한 마디로 표현했다 : “당신들 들어올 수 없어!”

자신의 정책을 ‘정당화 시켜 준’ 대법원 승소라는 날개까지 달게 된 트럼프의 반이민 행보는 가속화 될 것이다. 과연 어디까지 치달을지 두려울 지경이다. “입국 금지령을 누구에게나, 아무 때나, 어떤 이유로라도 적용시킬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한 이민변호사는 말한다. 난민, 유학생, 임시노동자 등 합법 이민자들도 입국할 때 새로운 장애에 부딪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더욱 불안해진 드리머들의 앞날이다. 아마도 중간선거가 끝날 때까지 이들의 신분합법화가 포함된 이민법안은 더 이상 추진되지 않을 것이다. 다카 폐지 위헌소송은 현재 연방대법원에 계류 중인데 금년 10월에 시작되는 다음 회기에 심의될 것이다.

그동안 캐스팅 보트로 이민 등 진보이슈에 숨통을 트이게 해주었던 중도보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의 27일 은퇴발표로 더욱 강경해질 보수 대법원에서 다카소송이 결정된다는 의미다. 그때까지 의회가 드리머 구제책을 입법화하지 못했을 경우를 상상해보라.

이번 입국금지령 판결에서 드러났듯이 현 연방대법원은 트럼프의 ‘위험한 폭주’에 대한 제동 역할을 거부했다.

이제 반이민 폭주를 막을 유일한 방법은 ‘투표’ 뿐이다.

<한국일보 박 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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