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살았는데 추방이라니…

방글라데시인 망명신청 17년 방치 돌연 거부통보
“망명 신청한 지가 26년 전인데 이제서 추방이라니”

지난 1992년 조국 방글라데시의 정치적 혼란을 피해 미국 망명(Asylum)을 신청했던 한 이민자가 26년만에야 이민당국으로부터 추방통보를 받은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방글라데시 국적의 가지 후산은 1992년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던 방글라데시에서 정치적 박해를 피해 미국에 입국했다. 입국하자마자 그는 이민 당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망명 신청서를 접수하고 그는 풀려났지만 웬일인지 이민 당국으로부터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렇게 17년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그는 뉴저지 이스트 오렌지시에 정착해 리커스토어 점원으로 취직했고, 부인을 만나 가정도 꾸리며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09년 그는 이민국으로부터 1992년 제출했던 망명신청이 이제야 거부됐다는 통지서였다. 자그마치 17년 만에 이민국으로부터 받은 한 장의 편지가 망명거부 통지서였다. 그간 후산의 망명 신청서류를 누락했거나 방치하고 있었던 이민당국이 15년만에 그의 망명신청 서류에 ‘거부’ 판정으로 회신을 보냈던 것. 이미 미국에 정착해 가정을 꾸린 그는 이민법원, 연방 항소법원을 거치며 추방을 면하기 위해 소송을 했지만 결과는 패소였다.

그런데, 당시 항소심까지 패소했던 후산에게 ICE는 또 다시 이례적인 통보를 했다. 법원이 서류를 재검토 중이니 재검토가 진행되는 동안 미국에서 체류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워크퍼밋도 발급해줬다. 매년 ICE사무실에 가 정기면담을 받아야 했지만 또 다시 그렇게 9년을 아무일 없이 가족과 생활할 수 있었다. 그 사이 후산은 자녀 4명의 아버지가 됐고, 소도시 이스트 오렌지시 커뮤니티 주민들에게도 따뜻하고 친절한 리커스토어 점원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난 1월 ICE 정기면담은 예전과는 분위기가 확 달랐다. 이민국 직원은 그에게 “8월 1일까지 미국을 떠나라”고 명령했다. 모든 서류를 검토한 결과, ‘망명’이 불가하다는 최종 결정이 내려졌으니 이제 미국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갑작스럽게 아버지와 생이별하게 돼 그의 부인과 네 자녀들은 슬픔에 빠져있고, 그의 사연을 알게 된 이스트 오렌지시 커뮤니티는 이민당국의 처사에 분노하고 있다.

<한국일보 김상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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