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B 거부 늘어…기업·병원 인력난 허덕

미국인들 기피하는 가정학·내과 등 외국인의사로 충당
트럼프 정부들어 H-1B 비자승인 지연…지원자도 줄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으로 인해 전문직취업비자(H-1B)가 반토막 나면서 기업과 병원, 호텔, 연구소 등이 인력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롱아일랜드 노스웰 헬스 병원 병리학과는 최근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에 살고 있는 한 레지던트가 지난 7월1일부터 근무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H-1B 비자가 승인되지 않고 계속 연기되면서 미국에 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병리학과의 경우 레지던트 3명 중 1명이 외국에서 온 학생들이다. 하지만 레지던트의 비자 승인 지연 사례가 잇따르면서 2년 연속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다.

이밖에도 노스웰 헬스 병원에서는 미국인 의사들이 기피하는 가정학과나 내과 등에서 일할 외국인 의사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노스월 헬스 병원의 1,826명 레지던트가 중 165명이 H-1B나 J-1학생 비자다.
노스웰 헬스 병리학과의 앤드류 야크 수석박사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H-1B 비자 승인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의 환자의 치료 능력은 이제 외국 의료졸업생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H-1B 비자 소지자 부족 현상은 지난 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 아메리칸, 하이어 아메리칸(Buy American and Hire American)’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공공사업 등에 미국산 제품의 사용과 미국인 고용을 의무화하는 이 행정명령이 시행된 후 H-1B 비자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비당파 연구기관인 ‘미국정책을 위한 국가기반(National Foundation for American Policy)’에 따르면, 지난 2017 회계연도의 마지막 3개월간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신청한 H-1B 비자의 거부 건수가 이전 분기에 비해 무려 41%나 증가했다.

정부가 비자 신청자에 대한 추가 정보를 요구한 건수는 2배로 늘었다. 비숙련 외국인에게도 열려지는 H-2B 비자 발급은 연간 6만6,000건으로 한정돼있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은 3.9%로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의 숙련된 인력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경제 성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코넬대 경제학자 프랜신 블라우 교수는 “숙련된 기술을 가진 노동자나 그렇지 않은 노동자 모두에게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특히 숙련된 기술을 갖지 않은 노동자도 청소나 건축, 차일드 케어, 양로원 등에서 매우 필요한 존재다”고 강조했다.

기업 지도자들의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최근 행정부에 수 천명의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의 부족현상을 호소하면서, 이로 인한 미국 경제의 성장과 경쟁력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병원과 연구소 등에서도 외국 인력의 부족 때문에 정부의 비자정책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숙련된 외국인에게 비자를 주는 H-1B 프로그램은 그동안 정치인들의 타깃이 돼 왔다. 기업인들은 H-1B가 경제성장을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일부 정치인들은 미국인들의 직업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며 강력 반대해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선 루이스 다트머스대 경제학자는 “합법적 이민자를 줄인다고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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