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첫 TV 토론에서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82) 대통령이 말을 잇지 못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인 후 민주당 내부에서도 후보 교체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후보를 급히 바꿔서라도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저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대안 후보인데 민주당은 토론 직후 여론이 크게 악화하자 내부적으로 후보 교체에 대한 논의를 조용히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토론 이후 미 정계 및 언론에선 여러 대안이 언급되고 있는데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이름이 일단 많이 거론됩니다. 2021년 취임 이후 바이든의 국정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왔기에 정책을 이어갈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초의 여성 유색인종 대통령 후보’라는 특수성을 내세울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지지층을 빠르게 결집시키고 있는 트럼프에게 대적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대세입니다. 검사 출신인 해리스는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정치 활동을 해서 확장성과 ‘전투력’이 부족하다고 보는 이가 많습니다.
탄탄한 지역 기반을 갖고 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3인방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50대로 젊고, 수십 년간 지역 정치로 다져진 행정 능력과 탄탄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셔피로 주지사는 전통적인 스윙스테이트인 펜실베이니아에서 2020년 주지사 재선 당시 트럼프가 지지했던 공화당 후보에게 14%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인물이다. 뉴섬은 문제의 대선 토론회가 끝난 후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의 사퇴설을 일축했는데, 지친 바이든과 대조되는 젊고 활기 넘치는 모습이 오히려 부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주 주지사 등의 이름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다만 후보 교체가 쉽지는 않을 전망으로 사실상 바이든을 단일 후보로 세운 민주당은 8월 시카고에서 열릴 전당대회에서 바이든을 찍기로 한 대의원의 선발 절차가 대부분 마무리된 상황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한 대의원들이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절차상 불가능합니다. 만에 하나 바이든이 후보 사퇴를 결심하더라도 이후 과정은 상당히 복잡합니다. 바이든이 자신을 대체할 후보를 지명하고 바이든을 지지하기로 한 대의원들이 그에게 대신 표를 주는 방식이 그나마 무난합니다.
하지만 민주당 내 다른 인사가 불복해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나서겠다고 할 경우 대의원 확보를 위한 각개전투가 벌어지며 민주당에 내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됩니다. NBC는 “대통령 후보를 다시 정해야 할 경우 막후에서 벌어지는 모략과 당내 선거전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민주당의 내분을 지켜보는 공화당도 마냥 즐길 수는 없는 상황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 중 일부는 민주당 후보가 바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고령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고 민주당 후보가 바뀔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가정해서 젊은 경쟁자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캠프 데이비드별장에 머무르고있는 가족들은 여전히 대선 레이스에서 바이든이 남아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습니다. 현지 언론에서 바이든이 자진사퇴를 하기 위해서는 질 바이든 여사 등 가족들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정작 가족들은 ‘사퇴 반대’ 기류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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